si.mpli.st dev

포토샵에서 Sketch로

최근에는 회사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지 않지만, 불과 2년 전 까지도 주로 프론트엔드 개발과 디자인을 동시에 맡고 있었다. 개발을 하면서도 틈틈이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실제 작업물도 만들 수 있었는데, 최근 1~2년동안은 백엔드 개발과 시스템 아키텍쳐 설계를 시작하고 회사 내에서 전적으로 디자인을 담당할 수 있는 팀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최근 개인적으로 만들고 있는 작은 프로젝트를 위해 디자인을 할 일이 생겼다. 값비싸고 갈수록 느려지는 포토샵 구독 플랜 대신에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그래픽 디자인 소프트웨어 두 개를 다시 찾아보았다.

Affinity Designer가 보다 Photoshop에 가깝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라면, Sketch는 Photoshop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처음부터 새로 제작된 소프트웨어라는 인상이 강하다. 호환성 면에서도 Affinity Designer는 PSD 호환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반면, Sketch는 독자적인 파일 규격을 사용한다.

회사에서 디자인을 다시 맡아야 한다면 기존에 경력이 있는 팀원을 모집할 수 있고, 이미 지식이 있어 배움의 벽이 높지 않은 Photoshop나 Affinity Designer를 선택했겠지만, 개인 프로젝트인만큼 컨트롤이 간결하고 보다 웹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진 Sketch를 선택했다.

Sketch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Sketch로 작업하면서 Photoshop과의 차이점을 여럿 느낄 수 있었다.

  • 쾌적한 퍼포먼스: 사무실에서는 Mac Pro를 사용하고 있고 이동시나 집에서는 Macbook Pro를 사용하고 있지만, Photoshop은 두 환경에서 한결같이 느린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특히 최근 CC 2015 업데이트 이후에는 웰컴 스크린도 자체적으로 임베드 되어 있는 웹뷰를 사용해서 시스템에 쓸데없는 부담을 많이 준다는 느낌이었는데, Sketch는 일반적인 맥 애플리케이션에서 기대할 수 있는 빠른 초기 구동 속도와 반응 속도를 보여주었다.
  • 벡터 지원: HiDPI 장비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픽셀 단위 그래픽 작업의 의미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Illustrator에 익숙해지기 힘들어서 그동안은 Photoshop으로 작업을 계속해 왔다. Sketch는 벡터 그래픽을 기본적으로 지원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인터페이스 덕분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작업할 수 있었다.
  • 아트보드: Illustrator의 아트보드와 같이 Sketch에도 아트보드의 개념이 존재한다. Photoshop에서만 작업하다 Sketch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 접하게 된 개념이었는데, 각각의 독립된 스크린을 표현하고 싶거나 서로 다른 목업을 비교할 때 특히 유용하게 느껴졌다.

OS X 전용 소프트웨어이고 앞으로 윈도 등 다른 운영체제 지원 계획이 없는만큼 남에게 쉽사리 추천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개인적인 무언가를 디자인할 일이 생기면 Sketch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몇몇 회사들은 기존 Photoshop/Illustrator 기반 작업 방식을 버리고 Sketch로 모든 디자인 작업을 대체한다고 하는데, Invision과 같은 비즈니스용 그래픽 협업 도구들이 Sketch를 지원하기 시작하는 것도 꽤나 긍정적인 영향을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