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i.st life

by Minku Lee

블로그 다시 만들기

약 10개월동안 블로그를 방치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Shakr Media에 합류하는 등 많은 일이 생겨서 정신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언가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글감으로 발전시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몇 년에 걸쳐 트위터의 140자 제한에 익숙해지다보니 어쩌다 쓰게 되는 글도 대부분 단편적인 생각을 다루는 데에서 끝났다.

마지막 글을 쓰고 나서 몇 개월이 지나고, 우연한 계기로 블로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si.mpli.st를 WordPress에서 Rails로 이전할 때 만든 디자인은 이제 촌스러워 보였고, 글 에디터에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글을 쓰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몇일간 고심한 이후, 블로그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데이터 이전

코멘트 시스템 등이 필요 없는 블로그를 왜 Rails와 같은 무거운 프레임워크 위에서 돌려야 할까?

si.mpli.st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가장 먼저 엔진을 바꾸기로 결정하였다. 아무리 내가 제작하였다고는 하지만 편의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어느 환경에서나 쉽게 구동할 수 있는 정적인 블로깅 툴이 눈에 띄었다. Octopress와 같은 블로깅에 최적화된 도구도 있었지만, 그러한 도구들의 기반이 된 Jekyll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다행히도 기존 si.mpli.st 의 글들은 Markdown을 이용하여 쓰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절차가 필요 없었지만, 이전에 WordPress를 사용하여 쓴 글들은 XML 방식의 WordPress 백업 파일 형태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바로 활용이 힘들어보였다. Jekyll을 이용한 마이그레이션 도구들이 꽤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WordPress 백업 파일을 Markdown 파일로 바꿔주는 도구를 직접 만들었다.

WordPress 글들을 Markdown으로 변환한 이후 깨진 HTML 코드를 손보았고, Jekyll이 메타데이터를 읽을 수 있도록 파일의 앞부분에 카테고리와 같은 데이터를 추가해 주었다.

폰트

이전에는 기본적인 블로그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너무 시간을 들여서, 마지막에 지쳐버려서 디자인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블로그의 외형을 생각하는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공간이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는 색상과 글자의 가독성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목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첫 번째 목업의 결과물이다.

첫 번째 목업

워드프레스를 사용했을 때 si.mpli.st에 Myriad Pro를 사용했는데, 색다른 폰트를 사용해보자 해서 선택한 것이 Futura PT이다. Ableton이 웹사이트를 리뉴얼한 것을 보면서 Futura PT가 매우 세련된 폰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고, 결국 si.mpli.st에도 적용하게 되었다. 사실 webOS에 적용된 Prelude의 원조격인 Avenir Next를 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Typekit 라이브러리에 있지 않아 Futura를 사용하게 된 것도 있다.

색상

디자인을 이리저리 바꿔보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그 중 하나가 카테고리별로 색상을 정해주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었다. 먼저 블로그에 있는 글을 몇 가지 카테고리를 정해 분류하고, 각 카테고리마다 어울리는 색상을 정해주는 것인데, 블로그가 너무 단조로워 보이지 않도록 하는 효과에 더불어 글의 성격을 표현해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색상을 주 요소로 활용하게 된다면 팔레트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는데, 직접 색상을 고르는 대신 Designmodo의 Flat UI 에서 색을 가져왔다.

color scheme

카테고리에 맞는 색을 나름 고른다고 했는데, 카테고리가 더 추가되면 어떻게 할 지도 생각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블로그 리뉴얼이 끝나고, 최종적으로 지금과 같은 디자인이 되었다. 이전보다 글 하나를 읽을 때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맘에 들고, 정적 블로그로 바꾸면서 GitHub에서 블로그 소스를 관리할 수 있어서 데이터 유실의 위험도 없어졌다. 이제 귀찮음만 이겨내면 다시 활발한 글쓰기를 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