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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lent 1주일 후기

Soylent 1.5

혼자 살다 보니 누군가 식사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도 했고, 매 끼니를 직접 해 먹으면 남은 음식 처리가 귀찮다 보니 자연스레 외식이 식사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회사에 사내 식당이 없다 보니 점심도 외식이었는데, 강남역 근처에는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올수록 메뉴 선택의 고통이 따르곤 했다.

영양의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점심마다 메뉴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소일렌트가 생각났다. 소일렌트는 2013년 말 크라우드펀딩으로 화제를 모았던 식사 대용품인데, 하루에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추었다는 점에서 단백질 쉐이크 등이랑 다르다. 먹는 양을 비정상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므로 정상적인 식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홈페이지를 통해 일주일 분량을 주문했다.

지난주 토요일 (6월 13일)에 Soylent 1.5가 도착했고, 그 날 아침부터 오늘(6월 19일) 저녁까지 총 21번의 중 18번의 식사를 소일렌트로 해결하였다. 처음에 마실 때는 미숫가루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맛을 완전히 없앤 밍밍한 느낌이어서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했는데, 몇 번 먹다 보니 나름대로 맛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지 않았지만,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가 어색하기보다는 오히려 좋았다. 그날의 메뉴에 따라 식사를 한 이후의 포만감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기도 했고, 결국 그런 사소한 것들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식사인 카레를 먹을 때의 느낌이 꽤 인상적이었다. 평소라면 별 생각 안하고 넘겼을 법한 카레의 맛이 아주 강하게 느껴졌고, 매운 음식을 먹지 않다가 갑자기 먹어서 그런지 이전보다도 훨씬 맵게 느껴졌다. 또 보통이라면 무리하지 않고 비울 수 있는 식사를 절반도 안 먹고 배가 불러서 다 먹지 못했는데, 2L 가량의 액체로만 배를 채우다 보니 먹는 양 자체도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식을 먹은 후에도 평소보다 배부른 느낌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졌고, 소일렌트로 하루 전체의 식사를 했을 때가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다. 체중도 어느 정도 줄었는데, 평소에 했던 불규칙한 식사와 잦은 과식의 영향이 줄어든 결과인 것 같다.

하지만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지내다 보면 맛을 느끼고 싶을 때가 꽤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 꽤 큰데, 소일렌트를 먹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이 만족감을 얻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지인들과의 외식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따금씩 일반적인 식사를 하러 나갈 때는 마치 레저 활동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장점도 단점도 있겠지만, 일주일동안 소일렌트를 사용한 후 느낌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 영양가 있는 식사를 섭취할 수 있고, 특히 점심 시간 메뉴 선택의 고통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소일렌트로 대부분의 식사를 해결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평소의 생산성 향상을 몸소 느낀 터라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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