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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Q2

올해 초까지 Sony A7R II 카메라 바디와 Zeiss Loxia 2/35 MF렌즈를 썼다. A7에 Loxia는 정말 마음에 드는 조합이라, 다른 렌즈를 많이 들이지 않고 이 조합으로만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렌즈가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개인 갤러리 사이트의 이름도 35로 지었을 정도다.

이 A7R II + Loxia 2/35 조합은 꽤나 오랫동안 사용했는데, Leica Q의 후속인 Leica Q2가 발표되고나서 메인 카메라 시스템을 갈아타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단렌즈 하나만 쓰다보니 미러리스 카메라가 아닌 풀프레임 콤팩트 카메라가 좋았는데, 이러한 제품의 대표격인 Sony의 RX1R II는 팝업 뷰파인더의 번거로움과 손떨림 보정의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 MF 콘트롤의 어려움 때문에 고려를 하지 않고 있었다. 출시 예정인 풀프레임 콤팩트인 Zeiss ZX1에도 눈이 갔지만, 손떨림 보정이 없다는 점에서 역시 마음에 걸렸다.

A7R II보다 높은 4730만 화소의 고화소 센서와, 28mm f/1.7의 빠른 렌즈, 손떨림 보정, 자연스러운 MF 조작까지 있으니 흠 잡을 곳이 없었다. 런칭 후 얼마 되지 않아 예약을 했고, 3월 말에 제품을 받았다.

Leica Q2

메탈 재질이 확실히 드러나는 Q2의 바디.
Sony RX1R II | ISO 6400 | f/4.0 | 1/100sec


고화소

센서가 4730만화소나 되다보니 노이즈도 어느 정도 상쇄가 되고, 보다 자유롭게 크롭을 할 수 있다. 원래 사용하던 35mm의 화각에서 28mm로 오니 구도를 잡는게 조금 더 어려워졌는데, 크롭을 조금 더 활용하는 것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Q2 배율 비교

스케일 버전(8368px)과 100% 버전(레티나 기준 1600px)의 비교.
Leica Q2 | ISO 1000 | f/1.7 | 1/50sec

카메라의 뷰파인더 옆의 작은 버튼을 누르면, 35mm-50mm-75mm 순서로 프레임이 뷰파인더 위에 표시되어 보정 시의 크롭을 어떻게 할 지 생각하면서 구도를 잡을 수 있다. 처음에는 단렌즈에 줌이 들어간 것 같이 느껴지도록 해주는 궁색한 기능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으러 나가다 보니 생각보다는 쓸만한 기능이라는 걸 깨달았다. 촬영 후 보정을 당일에 할 수도 있고 며칠이 지나고 할 수도 있는데, 보정을 하는 미래의 자신에게 크롭에 대한 가이드를 주는 역할로 자주 쓰게 되었다.

Q2에서 제공하는 크롭 모드 가이드

Q2에서 제공하는 크롭 모드 가이드. 35mm 모드로만 해도 통상적인 풀프레임 카메라의 2400만 화소를 넘는다!

크롭 모드를 지정해서 촬영을 하게 되면, 원본 RAW 파일은 따로 수정이 되지 않지만, 메타데이터에 크롭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어 Adobe Lightroom에서 사진을 불러왔을 때 크롭에 대한 정보가 같이 불러와진다. RAW 원본이 유지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크롭이 없는 28mm로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한강, 서울

한강, 서울
35mm 크롭 모드를 사용하였다.
Leica Q2 | ISO 100 | f/2.8 | 1/4000sec

JAL First Class Lounge, Haneda Airport

JAL First Class Lounge, Haneda Airport
50mm 크롭 모드를 사용한 후, 1:1에 가깝게 한번 더 크롭했다.
Leica Q2 | ISO 320 | f/2.8 | 1/50sec


조작의 즐거움이 있는 렌즈

A7 시리즈에 처음 입문할 때 예산의 이유로 FE 마운트용 렌즈를 사지 않고 Contax-Yashica 마운트의 MF렌즈를 사서 어댑터와 함께 사서 썼다. 무심코 AF로 사진을 찍는 것 보다 조금 더 고민을 하게 되고, 포커스 링을 이리저리 돌리며 내 손에 뷰파인더가 반응하는 것이 사진의 즐거움을 한층 더 끌어올렸는데, 이후에 FE 마운트용 렌즈를 살 때도 일반 렌즈가 아닌 MF 전용 렌즈를 사게 되었다.

3년 넘게 MF 렌즈를 주로 사용하다보니 AF 지원 렌즈의 수동 초점 조절은 언제나 불만이었는데, Q2의 렌즈는 그러한 불만을 전혀 가질 수 없을만큼 MF를 잘 지원한다. 당연하게도 Focus-by-wire 형태의 렌즈이지만 MF 렌즈처럼 부드럽게 초점을 맞출 수 있고, 조리개 조절 링도 렌즈에 달려 있어 대부분의 조작을 렌즈의 링으로 할 수 있다.

Q2의 렌즈.

Q2의 렌즈. 위부터 조리개, 포커스, 그리고 매크로 링이 있다.
Sony RX1R II | ISO 6400 | f/3.5 | 1/100sec

그리고 28mm의 넓은 화각을 가진 것에 반해 f/1.7로 밝은 최대 개방치를 가지고 있다. 렌즈 손떨림 보정과 합쳐져서 많은 야경 촬영을 핸드헬드로 커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행용 카메라로는 딱 좋다고 느꼈다.

Street, Girona

Street, Girona
Leica Q2 | ISO 160 | f/7.1 | 1/50sec

Stairway, Girona

Stairway, Girona
Handheld
Leica Q2 | ISO 1250 | f/8 | 1/50sec

Lotte World Tower Seoul Sky

Lotte World Tower Seoul Sky
Handheld
Leica Q2 | ISO 500 | f/1.7 | 1/50sec


편의성과 휴대성

오토포커스가 강력한 소니 카메라를 쓰고 있었지만 정작 렌즈가 MF라서 오토포커스를 사용한 적이 손에 꼽는데, 그러다보니 긴급한 상황에서 Q2의 오토포커스는 편리함으로 다가왔다. 최근 소니의 a9 시리즈 이후 출시되는 카메라 제품군의 오토포커스 성능을 따라갈 순 물론 없겠지만, AFs와 AFc 모두 이미지 촬영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A7R II 시스템의 경우 바디 640g에 렌즈 340g을 더해 980g 정도의 무게여서 장시간 들고 다니자니 손목에 부하가 꽤 걸렸다. Q2의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하여 734g인데, 기존 시스템과 비교하면 250g 정도 가볍다. 이 정도 가벼워진 무게도 여행을 갈 때는 감지덕지하지만, 다른 콤팩트와 비교해서 무거운 감은 어쩔 수 없다. 1인치 센서를 보유한 RX100 VII의 경우 302g이고, 풀프레임 콤팩트 경쟁기종인 RX1R II는 507g, Leica Q는 640g으로 비교군 중에서는 가장 무겁다.

영국, 스페인, 일본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할때 Q2와 함께했는데, A7R II와 비교해서 손목에 부담이 덜 가는게 느껴졌다. 바디에 쉽게 잡을 수 있는 그립이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별도로 구입한 바디그립을 늘 장착하고 다녔고, 들고 다닐 때는 스트랩에 의존할 수 있으니 큰 무리가 없었다.

Shibuya, Tokyo

Shibuya, Tokyo
Leica Q2 | ISO 100 | f/2.0 | 1/250sec

Thames, United Kingdom

Thames, United Kingdom
Leica Q2 | ISO 100 | f/4.5 | 1/200sec

Bridge, Girona

Bridge, Girona
Leica Q2 | ISO 100 | f/8.0 | 1/160sec


기변증의 끝..?

위에서도 조금씩 이야기를 꺼냈지만, Q2는 단점이 아예 없는 완전무결한 카메라는 아니다. 간단하게 장단점을 정리해 보자면…

장점

  • 촬영이 즐거워지는 완성도 높은 바디
  • 조리개, 포커스, 매크로, ISO 조절 등 충분한 조작부
  • Focus-by-wire라고 생각되지 않는 훌륭한 MF
  • 매크로 지원이 되고 f/1.7로 밝은 주미크론 렌즈
  • 4700만 화소의 뛰어난 센서
  • 손떨림 보정
  • 장시간 사용이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
  • 소니보다 조작이 간편한 메뉴 시스템

단점

  • 734g으로 생각보다는 무거운 무게
  • 바디 내장 그립의 부재
  • 저조도에서의 심한 노이즈
  • 비싼 악세서리 가격 (배터리가 19만원, 핸드그립이 18만원이라니…)

이전에 RX100이나 RX1와 같은 하이엔드 콤펙트 카메라를 쓰면서 렌즈 교체가 되지 않는 카메라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되었는데, 어떤 렌즈를 살지 고민하는 대신 지금 가지고 있는 멋진 렌즈로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 담을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고화소에, 풀프레임이고, 콤팩트 카메라이고, 좋은 렌즈를 가지고 있고, 손떨림 보정이 되는 카메라는 Q2밖에 없다. 소니가 작정하고 MF 조작이 뛰어난 RX1R 후속기를 만들거나, 다른 업체가 풀프레임 똑딱이라는 틈새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한 Q2의 매력은 오래 갈 것 같다.

Sagrada Família, Barcelona

Sagrada Família, Barcelona
Leica Q2 | ISO 640 | f/2.2 | 1/50sec

Girona

Girona
Leica Q2 | ISO 100 | f/5.0 | 1/640sec

서울의 봄

서울의 봄
Leica Q2 | ISO 100 | f/4.0 | 1/1600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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