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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의존성

최근 클라우드에 내가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사건이 터졌다.

최근 iCloud를 사용하고 있는 나의 Apple ID의 비밀번호가 갑자기 바뀌었다. 비밀번호가 바뀔 일도 없었기에 계정 도용을 의심했고, Apple의 iForgot 사이트에 들어가 비밀번호를 바꾸려 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최근 Apple과 iMessage 관련 상담을 하면서 보조 이메일 주소를 모두 제거한 상황이었고, 가입할 때 생년월일을 잘못 입력했는지 계속 생년월일이 틀렸다고 나왔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애플의 시스템은 나를 8시간동안 비밀번호 복구 시스템에서 차단시켰다.

Apple의 표현을 비꼬아서 말해보면, 이 곳에 있는 데이터가 저 곳에는 없고, 저 곳에서 만든 데이터가 이 곳에는 없었다.

주말동안 꼼짝없이 iCloud와 Apple ID 관련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메일, 사진 라이브러리(Photo Stream), 연락처, 캘린더와 같은 PIMS 서비스부터, iTunes Music Store, App Store와 같은 스토어 서비스까지 전부 접근할 수 없었고, 나는 혼란에 빠졌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Google I/O 2012 여행 때문에 airbnb와 같은 서비스로부터 메일을 받을 일도 많았고, 당장 App Store가 잠기니 앱 구매도 불가능했다. 구매했던 앱을 다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없었다. 다행히 iTunes Support 영업일인 월요일 아침에 이메일로 본인 확인을 한 후 계정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주말 이틀동안의 그 혼란스러움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클라우드를 떠나 개인 서버로 모두 옮기던지, 아니면 주기적으로 미러링을 해 두어야 안전할 것 같다는 불안감도 생겼다. (사실 미러링을 해 두어도 갱신되는 데이터나, 내 주소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최근 정말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앞다투어 생기고 있고, 하나같이 “우리의 안전성은 세계 제일!” 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운영주체의 부주의가 전혀 없다고 해도 다른 위험들이 많다. 외부 공격자가 있을 가능성, 사용자의 부주의 등 변수는 굉장히 많고, 그 변수를 모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클라우드의 편의성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의존하는 것도 그리 좋은 선택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