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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KA 2012 - DAY 1

출발

여행 당일 새벽까지 라이브 블로그인 followmyfootprint를 만들다가 아침 일찍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였지만 늘 공항에 4시간 이상은 일찍 가는 편이라 7시쯤 집을 나섰는데, 공항 리무진 창문 밖으로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들로 수험생들이 들어가는 장면이 보였다. 수능 잘 보라는 단체 문자도 와 있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타임라인도 수능 이야기로 가득했다. 일주일 전에 후배가 수능 잘 보라면서 초콜릿을 선물해줬는데, 그 초콜릿을 여행중에 먹게 되니 기분이 오묘했다.

인천공항에 9시쯤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보통은 항공사 카운터에서 얼리 체크인을 하고 입국장 내부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저가항공사인 이스타 항공의 경우 다른 항공사와 카운터를 빌려 쓰는 터라 오후 1시까지 카운터 개장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공항에 있는 은행에서 환전을 하였는데, 전날 바빠서 인터넷 환전을 신청하지 않은 탓에 꽤 비싼 이율로 환전을 하게 되었다.

이후 일행분이 도착하고나서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이스타 항공의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고 탑승 수속을 거쳤고, 보안 검사와 출입국 심사를 받았다. 이전에 자동출입국심사를 등록 해 놓아서 줄을 서지 않고 편하게 출입국 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스타항공 탑승권

처음 수속을 밟으면 제1탑승동에 들어가게 되는데, 국적기가 아니거나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려면 제2탑승동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미국을 갈 때도 국적기가 아닌 비행기를 타고 갔던 터라 셔틀트레인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데, 셔틀트레인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제2탑승동은 항상 제1탑승동에 비해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규모가 비교적으로 작을뿐더러, 스타벅스 등 매장들의 규모도 작다. 이전까지는 전원과 인터넷이 제공되는 네이버 라운지가 제2탑승동에는 없는 줄 알았지만, 이번에 같이 갔던 분이 발견해서 편하게 탑승 시작을 기다릴 수 있덨다.

기다리는 동안 KT 홈페이지에 들어가 데이터 로밍 신청을 하였다. 로밍을 하면 데이터가 한국 통신사를 거쳐서 가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기 마련인데, 이것 때문에 6월 Google I/O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느린 데이터 속도 때문에 곤란한 적이 있다.

공항에서 내려서 한국의 공항철도와 비슷한 바트(BART)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이동을 해야 했는데, 마침 그 때 iOS 6 베타를 사용하고 있어서 대중교통 검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구글이 아직 새로운 지도 앱을 출시하지 않아서 대중교통 검색을 이용하려면 구글 맵을 브라우저로 들어가야 했는데, AT&T의 놀라운 인터넷 속도로는 구글 맵 메인 페이지를 로드하는데만 5분이 넘게 걸렸다. 주변의 안내소의 도움 덕분에 이동을 하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일정에 늦을까봐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러한 사태를 막고자 Google I/O에서 받은 넥서스 7와 갤럭시 넥서스를 챙겨 왔다. 두 기기 모두 안드로이드 구글 지도 앱의 캐싱 기능을 이용하여 오사카 부근의 지도를 캐싱해서 인터넷 연결 없이 기본적인 지도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대중교통 검색은 인터넷 연결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도 텍스쳐를 미리 저장해 놓으면 데이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탑승 시간이 다 되었고, 비행기 탑승 수속이 시작되었다. 비행기 안은 기존까지 타 본 항공사들의 비행기에 비해서는 작았지만, 그렇다고 자리가 심하게 좁다거나 하진 않았다. 좌석 등급이 별도로 없이 하나의 등급만 있고, 비행기 좌석 등받이에도 광고를 넣은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아시아나 항공 등 일반적인 항공사의 경우에는 짧은 거리를 운항할 때도 과자나 음료 등을 챙겨주기 마련이고 일부 항공편의 경우 기내식도 제공하는데, 듣던대로 이스타항공은 물을 제외하고는 제공되지 않았다. 사실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닌 일반 여행자들은, 굳이 기내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으니 상관 없긴 하다. 가격 절감 차원에서도 좋고…

오사카에 어서오세요!

약 2시간에 걸쳐 칸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칸사이 국제공항은 저가항공사를 위한 제2터미널이 따로 있는데, 이곳에서 ‘윙셔틀’ 이라고 불리우는 열차를 타고 입국 수속장으로 이동하였다. 경험상 입국 수속은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걸리는 시간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거의 뛰다시피 해서 첫 번째로 입국수속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에 입국할 때는 영어로 여러 가지를 물어봤는데, 일본 검사관은 무뚝뚝하게 도장만 찍어주었다.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을 때였다. 칸사이 국제공항은 오사카 시내에서 꽤 떨어진 섬에 위치해 있는데, 난카이선을 이용하여 숙소가 위치한 신이마미야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도쿄에서 탔던 NEX선이나 스카이라이너와 비슷한 위치인 ‘라피도 베타’ 라는 열차가 있었지만, 급행 열차만 타도 충분히 빠르다는 블로그 글들을 여럿 보아서 급행 열차를 타기로 했다.

난카이선 티켓

6시쯤 신이마미야역에 도착하였다. 짐을 풀어야 했으므로 짐을 끌고 숙소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약 10분 쯤 걸어서 우리가 묵을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어떤 골목으로 들어가야 할 지 헷갈릴 때 Passbook에 등록했던 airbnb 티켓이 근처임을 안내해 주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숙소 사진들

숙소에 들어갔을 때, 주인은 운영하는 바에서 근무하던 중이라서 운영을 도와주는 다른 분께서 안내를 도와주셨다. 숙소 내부는 가정집을 개조한 형태였는데, 일본 여행을 왔었지만 실제로 다다미가 깔려있는 방에서 묵을 생각에 굉장히 설렜다. 1층에는 공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와 냉장고가 있었고, 좁은 복도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방들이 모여있는 복도가 나왔다. 안내를 해 주시는 분이 집 비밀번호와 방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를 주셨다. 방에 들어가고 나서는 짐을 풀고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계획상으로는 오늘 덴덴타운에 가서 구경과 쇼핑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7시가 넘어버린 터라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을 때여서 저녁을 먹은 다음 야경 구경을 가기로 했다.

저녁을 먹으러 츠루하시역 근처의 번화가로 향했다. 이후 일정이 밀리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숙소와 약간 떨어진 곳으로 간 이유는, 바로 ‘츠루하시 후게츠’ 의 본점에 가기 위해서였다. 한국에도 명동과 홍대에 분점이 있는 츠루하시 후게츠는 정통 오사카 오꼬노미야끼를 하는 식당으로 유명한데, 마침 오사카에 들렀겠다 본점에 가서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본점에서 먹는 오사카 정통 오꼬노미야끼

츠루하시역

츠루하시역에 도착하고나서, 다음날 여정을 위해 오사카 주유패스를 구매해야한다는 생각이 나서 역사(驛舍) 내의 안내소를 찾았다. 주유패스를 구매하는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니, 오사카 지하철 무제한 이용권이 포함되어서인지 일반적인 JR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침 숙소가 있는 역인 신이마미야역이 오사카 환승역이었기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구입하기로 하였다.

츠루하시 근처의 번화가는 한국 드라마에 관련된 물건과 음식점, 다양한 종류의 파칭코 가게로 가득했다. 이전에 도쿄에 갔을 때도 파칭코 가게를 보긴 했지만, 이곳은 일반적인 게임기가 있는 아케이드와 파칭코를 같이 운영하는 것이 아닌, 파칭코만 두고 운영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연예인의 이름을 달고 나온 파칭코 기계부터 시작해서,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파칭코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그런 파칭코 앞에 앉아서 대부분 무표정으로 레버를 돌리는 사람들을 보니 묘하게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마침네 츠루하시 후게츠 본점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역사에서 떨어져 있는데다가 후미진 골목의 구석에 있어서, 근처를 몇 번 돌고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점원이 일본어로 된 메뉴판을 가져오길래,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냐고 물어보니 바로 가져다 주었다. 나중에도 이야기하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일본의 식당들은 한국어 메뉴판을 구비해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단순히 음식 사진만을 보고 결정하는 것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 오꼬노미야끼는 1인분 단위로 주문이 가능했는데, 새우 오꼬노미야끼와 야끼소바를 각각 주문하였다.

오꼬노미야끼와 야끼소바

한국에서 가 보았던 오꼬노미야끼 음식점들은 조리를 완료해서 음식을 가져오는데, 츠루하시 후게츠는 식탁에 철판이 있어서 종업원이 직접 와서 오꼬노미야끼를 만들어주었다. 야채와 메인 재료(우리의 경우에는 새우)를 계란과 섞은 후, 그 위에 가쓰오부시를 얹고 굽기 시작하다가 야끼 소스를 얹고 조금 더 구우니 오꼬노미야끼가 완성되었다. 한국에서 먹었던 오꼬노미야끼보다 조금 더 맛이 깊었는데, 아마도 다른 야끼소스를 사용한 것 같았다. 다음으로 먹었던 야끼소바는 어느 정도 양념이 되고 익혀진 면을 가져와서 철판에 놓아주었는데, 오꼬노미야끼만큼이나 맛있었다.

코스모타워에서 야경을

저녁을 먹고 나오니 시간도 9시를 넘어가고, 하늘도 깜깜해졌다. 코스모타워에서 야경을 구경하려고 다시 지하철을 탔다. 몇 번의 환승 끝에 **난코 포트 타운 선(뉴 트램)**이라는 이름의 경전철을 타게 되었는데, 섬으로 들어가는 구간부터 섬 내부의 고층 건물들을 지나가는 것까지 도쿄에서 탔던 유리카모메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트레이드 센터 역에 도착해서 코스모타워로 걸어 가 보니, 매표소 앞에 입장은 9시 30분까지라는 푯말이 붙은 채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야경을 볼 수 있는 명소이니 꽤 오래 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서 크게 당황했지만, 여행에 참고했던 블로그에서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고도 야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글을 읽어서 한번 올라가 보았다. 비즈니스 타워인만큼 중간 층들은 사무실이었는데, 전부 닫힌 상태라 불도 꺼져있고 으스스했다.

코스모타워의 으스스했던 복도

49층은 전망을 보러 온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이 있는 식당가였는데, 블로그 포스트에서 본 대로 복도를 따라 쭉 가보니 남자화장실 옆에 야경이 보이는 창문이 있었다. 500엔을 내고 들어갈 수 있는 55층 전망대의 야경이 얼마나 좋은 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에서 보았던 야경도 충분히 멋졌다.

코스모타워에서 내려다본 오사카의 야경

야경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숙소 근처 역인 신이마미야역에서 주유패스를 샀다. 전철이 운행하는 시간이어서인지 늦은 시간까지 사람이 있었는데, 역을 관리하는 사무실을 ‘역장실’ 이라고 부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숙소 도착,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 요깃거리를 조금 사서 숙소로 왔다. 다음날도 아침 일찍 나서야 했지만, 일본 여행의 묘미는 편의점 탐방이 아니던가. 관광지를 여럿 돌아다니다 보면 꽤 오랫동안 걷다 보니, 배가 고파져서 더욱 맛이 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 날 먹었던 편의점표 메론빵과 바움쿠헨이 얼마나 맛있던지.

음식 보관 측면에서는 airbnb를 이용할 때 호텔보다는 아쉬운 감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묵을 때는 나 혼자 묵다보니 냉장고 이용 등이 그렇게까지 불편하진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 층을 내려가야 냉장고를 이용할 수 있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물건과 헷갈리지 않게 표시를 해 두어야 해서 약간 불편하게 느껴졌다. 또한 1층에 있는 공용 샤워실은 1인용이다보니, 샤워실을 이용하려는 다른 투숙객들이 많을 때는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변기는 각 방마다 마련되어 있어서 그렇게까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숙소가 다다미방이다보니 이불을 깔아야 했는데,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방이 넓어서 두 명이 잘만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카메라를 비롯한 전자기기들을 콘센트에 꽂아 두고, 오사카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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