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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ku lee

처음 타보는 퍼스트 클래스, ANA NH211 - 전편

03 Oct 2016

2016.03.24

올해 3월, 친구와 같이 가기로 했던 짧은 유럽 여행에서 퍼스트 클래스를 타 볼 기회가 생겼다. 그동안 여행과 출장을 다닐 때 이용한 항공편과 더불어, 카드를 사용하여 적립한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서, 런던으로 출발하는 항공편을 퍼스트 클래스로 발권을 하게 된 것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기회이기에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서 특별한 여정으로 만들고 싶어 몇 개월 전부터 여러 가지 사전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항공사 고르기

그동안 마일리지를 모두 아시아나 항공에 적립했던 터라 아시아나 항공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범위가 제한되었다. 런던으로의 직항 여부와 이것 저것을 고려하다보니 다음 항공사들로 선택 범위가 좁혀졌다.

  • 아시아나 항공
  • 유나이티드 항공
  • 루프트한자 항공
  • 전일본공수 (ANA 항공)

2014년에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싱가포르 항공 스위트 클래스 후기를 읽어보고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자사의 고객에게만 Suites 클래스를 발권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아쉬웠다. 결국 전일본공수(ANA 항공)를 고르게 되었는데, 서비스 품질로 호평을 여러 번 받고 기내식으로 일본의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후기를 보고 결정했다.

예약, 그리고 발권

싱가포르 항공과 같이 항공사들은 자사 고객들에게 일등석을 발권할 수 있는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나와 같이 다른 마일리지 프로그램에 가입한 회원이 전일본공수의 퍼스트 클래스를 발권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조사가 필요했다. 아시아나항공 웹사이트에서 마일리지 항공권을 검색하면 아시아나 항공의 직항 비행기가 먼저 뜨는데다가 여러 항공사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쉽게 찾기가 힘들어서, 아예 전일본공수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일등석 기준으로 조회를 했다. 여러 날짜를 선택하여 좌석 잔여 여부를 한 번에 조회해볼 수는 없어서, 출발 희망 날짜 전후 날짜를 일일히 검색을 해야 했다. 이렇게 검색해서 나온 잔여 좌석 여부를 구글 시트에 정리하고, 같이 여행을 가는 친구와 일정을 맞춰보았다.

발권 가능 날짜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3월 24일자 도쿄 하네다발 런던 히드로행 티켓을 발권하기로 결정한 후, 인터넷으로 티켓을 발권한 후 집 근처 도심공항 아시아나 항공 지점에서 세금을 결제하였다.

대망의 티켓 구입

도쿄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인만큼 한국에서 일본으로 갈 방법 또한 필요했는데, 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치항공을 이용하여 이틀 전 새벽편으로 도쿄로 가기로 했다. 약 일주일동안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만큼 큰 캐리어 없이 떠날 수는 없어서, 피치의 운임 중 비싼 축에 속하는 해피피치 플러스 운임으로 결제를 완료했다.

최종 일정

피치항공 MM1008편

  • 3월 22일 오후 10시 50분 - 3월 23일 오전 1시
  • 인천국제공항 -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전일본공수 NH112편

  • 3월 24일 오전 11시 38분 - 3월 24일 오후 3시 13분
  •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

D-2

출발 당일 새벽에 쉐이커 사무실에 다 같이 모여 애플 키노트를 관람한 후, 집에 돌아와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 오후 2시쯤 일어났다. 전날 어느 정도 챙겨놓은 1주일치 짐을 마저 챙긴 다음, 도심공항으로 가서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평소대로라면 이른 아침 항공편을 이용하여 리무진 안에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이동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오후 늦은 항공편이라 보다 정신이 말짱한 상태로 공항에 도착했다.

리무진 안 리무진 안에서

공항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다음, 피치항공 체크인이 열릴 때 까지 잠깐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국적기와는 다르게 출발 1-2시간 전에 창구가 열려서 아쉽게도 수속을 모두 마치고 쉬는 건 불가능했다. 체크인 창구가 열리자마자 체크인을 마치고 바로 출국 수속을 밟았다.

인천국제공항 피치항공 카운터

항공기가 자주 이륙하는 시간대를 벗어난 시간대였기 때문에 수속을 마치고 들어간 공항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저가 항공사를 탈 때는 으레 타게 되는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으로 이동, 라운지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다음 마침내 탑승 수속이 시작되고 비행기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하늘을 나는 버스라고 불리울 정도로 악명이 높은 피치항공이지만, 기대치를 낮게 잡아서인지 좌석이 생각보다 편안했다. 이동하기 편하지 않은 시간대라 그런지 내 옆에는 승객이 앉지 않아서 더욱 편안했다.

게이트 118

2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마침내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을때는 대부분의 공항 상점이 닫은 상태였다. 열차의 운행이 종료된지도 한 두시간이 지난 후라서 편리한 방법으로 시내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원래는 공항 내에 위치한 호텔을 이용할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시내의 호텔보다 비싼 이용료가 마음에 걸려서 공항 근처에 위치한 숙소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전에 한 번 이용해 본 적이 있는 카와사키역 근처에 위치한 On The Marks라는 호스텔 느낌의 숙소로 결정했는데, 샤워 시설 등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다시금 찾고 싶었던 곳이다.

야간 버스 하네다 공항의 야간 버스 정류장

카와사키역으로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근처 편의점에서 아마존에서 주문한 상품을 받고 호텔로 향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호텔인데도 새벽까지 카운터에 직원분이 상주하고 계셨고, 큰 문제없이 체크인을 완료하고 잠을 청했다.

On the Marks

D-1

새벽에 들어와서 몸이 노곤한 탓에 눈이 금방 떠 지지 않았다. 겨우겨우 점심즈음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호텔 로비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도쿄는 많이 와 보았기에, 유명 관광지를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 대신 긴 여정에 앞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구매했던 올림푸스 E-M1 카메라를 위한 렌즈를 추가로 사기 위해 숙소가 있는 카와사키역 근처의 전자상가를 들렀다. 렌즈를 살까 말까 고민중이었지만, 몇 번 렌즈를 써 보고 정말 마음에 들어 바로 샀다.

카와사키역 숙소가 위치한 카와사키 역

전자상가를 나와서 오모테산도表参道로 향했다. 애플 스토어를 잠깐 들렀다가, 근처에 있는 Blue Bottle Coffee 아오야마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애플 스토어 애플 스토어 오모테산도

블루보틀 커피 도쿄 아오야마 블루보틀 커피 도쿄 아오야마

오모테산도는 도쿄 내에서도 세련된 쇼핑 지구인데, 명품 샵을 비롯하여 여러 흥미로운 상점들이 위치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슬슬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츠타야 다이칸야마로 향했다. 츠타야 다이칸야마는 눈을 사로잡는 건축 양식부터 자유롭게 책을 열람할 수 있는 서점 구조, 그리고 음반 가게와 커피숍 등이 한데 모여 있는 문화 공간으로 지역 주민에게도 인기가 있는 명소였다. 굉장히 아름다운 건물을 앞에 두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츠타야 다이칸야마 츠타야 다이칸야마

츠타야를 구경한 후에는 근처 슈퍼마켓 안에 있는 스시노미도리의 한 지점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을 위해 짐을 정리하고 침대 위에 누워 일찍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지만, 일생 일대의 경험을 한다는 설렘에 잠이 쉽게 올 리가 없었다. 침대에서 뒤척인 지 몇십 분 후, 피곤이 몰려와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스시노 미도리 주방장도, 옆에 앉은 손님도, 외국인처럼 보이는 나에게 흥미가 있어 보였던 모양.
안 되는 일본어로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니 활짝 웃어주셨다.

D-Day, 공항으로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나갈 채비를 하고 호텔 1층으로 내려가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 근처 마츠야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아침 시간대라 출근을 하는 직장인 분들이 많이 계셨고, 부피가 꽤 큰 캐리어를 옆에 두고 눈치를 보며 서둘러 식사를 해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 근처의 기차역인 카와사키 역으로 향했다. 숙소를 On The Marks로 잡은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랑 좋은 분위기도 있었지만, 비행기가 출발하는 하네다 국제공항과 거리가 꽤 가깝기 때문이다.

전철을 타고 20분 정도 지나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전에 회사 출장 때문에 하네다 공항 국제선 터미널에 와본 적이 있어서, 크게 헤매지 않고 체크인 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습관대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이코노미 클래스 카운터에 줄을 서려고 하다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는 걸 깨닫고 퍼스트 클래스 전용 카운터로 향했다.

퍼스트 클래스 카운터

카운터에 도착하고 여권과 E-Ticket 정보를 건네드렸다. 카운터를 헷갈려 퍼스트 클래스 카운터로 오는 승객이 많아서인지 약간 머뭇거리시다가, 예약 정보를 확인하신 후에는 분위기를 바꾸어 보다 긴장하고 안내를 해 주시기 시작했다. 예약시 지정한 좌석인 1K를 확인 받고, 라운지 위치를 알려주셨다. 히드로 공항의 Arrival Lounge를 이용할 수 있는지 직원 분께 여쭤보았는데,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시더니 승무원을 통해서 답변을 주신다고 했다. 짐을 부치고 티켓 발매까지 완료한 후, 보안 수속장으로 향했다.

Fast Track 출국 심사 창구로 걸어가는데, 공항 직원이 갑자기 나를 멈춰세웠다. 여기로 들어오면 안 된다는 제스쳐를 취하시다가, 티켓을 보여드리니 바로 들어가라고 안내를 해 주셨다. 아까 카운터에서도 그렇고, 나 같은 사람이 보통은 가볼 일이 없는 곳으로 가다 보니 익숙하지 않다.

ANA Suite Lounge ANA Suite Lounge

보안 검색을 끝내고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옆에 위치한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로 들어가자, 깔끔한 인테리어의 카운터가 나타났다. 리셉션에 계신 직원 분에게 탑승권을 건네주고, 확인이 완료된 다음 라운지 내부로 에스코트를 해 주셨다. 라운지 내의 공간은 생각보다 작았지만, 샤워 부스를 비롯하여 스낵 바, 인터넷 라운지 등을 비롯하여 여러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작은 부스 형태로 되어 있는 좌석에 앉으니 음식 서빙을 담당하는 스탭 분이 자리로 찾아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라운지 내에서 무료로 주문할 수 있는 식사 메뉴판을 주셨다. 아쉽게도 아직 아침 시간이라 제대로 된 식사는 준비가 안 되고, 일본식 계란말이와 같은 간단한 음식만 주문이 가능했다. 연어 구이를 고르고 시원한 녹차 한 잔과 콜라 한 잔을 부탁드렸다.

연어구이

밥 없이 생선구이를 먹어서 짭짤한 맛이 입에 남아있기도 했고, 이왕 라운지에 들어온 겸 음식을 하나 더 먹어보자 싶어서 우동을 주문했다.

우동

라운지 안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는데, 아마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 사람들은 얼마 없고 대부분 ANA를 많이 이용하여 라운지를 입장할 수 있는 우수 고객이 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라운지에서 바라본 전망

창가 쪽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나가자마자 자리를 냉큼 옮겨 앉았다. 탁 트인 전망은 좋았지만, 아쉽게도 비행기가 있는 구역은 잘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잠깐 메일을 확인하다가, 탑승 수속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려 라운지를 나왔다.

게이트 라운지 바로 앞에 위치한 110번 게이트

보통 탑승 수속이 거의 마감할 즈음 게이트로 가지만,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 오늘만큼은 수속을 시작하자마자 탑승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찍 게이트로 향했다. 아까 라운지에서 보았던 ANA 우수 고객들 뒤에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어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서 보니, ANA의 한국인 직원분. 아까 질문했던 Arrival Lounge는 제휴가 안 되어있는 관계로 이용할 수 없어 정말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사실 질문을 했어도 답변을 받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탑승 수속 중에 그 질문을 기억해 주시고 내가 보다 수월하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한국인 직원분에게 부탁을 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정말 특별한 대우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게이트까지 와 주신 직원분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게이트로 발걸음을 돌렸다.

탑승구

우선 탑승한 승객들이 대부분 우측 이코노미/비즈니스 탑승구로 들어가는 동안, 나는 왼쪽 탑승구로 들어갔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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