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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KA 2012 - DAY 3

나라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라 공원이 있는 나라역으로 향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기에 사실상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더 서두르게 된 것 같다. 숙소가 위치해 있는 신이마미야에서 나라까지는 JR을 타면 바로 갈 수 있었기에, 따로 환승을 할 필요는 없었다. 신이마미야역에서 나라역으로 향하는 열차를 잠시 기다리면서 플랫폼에 서 있었는데, 오사카 지하철에서는 보지 못했던 표시가 눈에 띄었다.

열차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타는 곳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에는 하나의 플랫폼에도 각기 다른 열차가 들어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자신이 타고자 하는 열차를 잘 알고 있어야 헷갈리지 않고 열차를 찾을 수 있다. 열차의 종류가 다르다보니 규격도 다르기 마련인데, 이 떄문에 열차마다 타는 곳도 달라서 열차의 종류별로 타는 곳을 마킹해놓은 것이다. 열차 도착을 알려주는 전광판에도 행선지, 열차 종류와 함께 탑승하는 곳이 표시되었다.

그리고 나라역 도착. 휴가 성수기가 아닌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있었다. 역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방문하여 근처의 관광지가 표시되어 있는 한국어 지도를 집어들고 나라 공원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Premist로 검색하면 보이던 건설 회살 로고도 실제로 보게 되었다. (…)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이런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에도 파칭코가 메인인 아케이드들이 꽤 많이 보였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이러한 도박이 대중화되어 있어 아침에 파칭코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나라에 도착했던 아점 시간에도 파칭코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침을 챙겨먹지 않고 나온 터라 슬슬 배가 고파졌는데, 마침 코코이찌방야 가게가 보여 냉큼 들어왔다. 관광지에 위치한 가게라서 그런지 한국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로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카레의 맛은 한국에서 먹는 그 맛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일본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다보니 매운맛 4단계도 괜찮겠지 싶어서 주문했다가 한국의 4단계 매운맛과 비슷해서 꽤나 매콤한 카레를 먹게 되었다.

나라 공원

점심을 먹고 조금 더 걸으니 나라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에 진입하자마자 사슴이 한두마리 보이기 시작했고, 공원의 중간 지점에 다다르니 꽤나 많은 사슴들과 함께 전병 장사를 하는 분들이 모여 있었다.

나라 공원
나라 공원의 사슴들

사람들이 주는 전병 과자에 길들여졌는지 전병을 사자마자 사슴들이 귀신같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가긴 했지만 따로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라, 공원 이곳저곳에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나라 공원을 둘러보고 나오던 길에 나라 국립 박물관이 보였다. 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대기하고 있었고, 근처에서 약밥을 곁들인 도시락을 팔고 있었기에 작은 축제 분위기도 났다.

나라 국립 박물관과 그 주변

고후쿠지 신사 그리고 도톤보리로

고후쿠지 신사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나라 공원을 빠져나와 옆에 있는 고후쿠지 신사에 들렀다. 마침 연말 시즌이라 그런지 오미쿠지를 뽑는 사람들이 꽤나 모여있었다. 이왕 본 김에 한번 뽑아보자 싶어서 뽑아보니 길이 나왔다!

이후 오사카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역으로 돌아가던 중, 작은 시장에 위치한 떡집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꽤나 서 있길래 동네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구나 싶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나카타니도라는 꽤 유명한 떡집이었다. 하나에 130엔 하는 모찌를 구입했다.

도톤보리

꽤나 짧았던 나라 일정을 마치고 다시 오사카 시내로 돌아왔다. 저녁에 향한 곳은 오사카 최대의 상점가 도톤보리. 난바역에 내려서 도톤보리 상점가 방향으로 들어갔는데, 사람들도 많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특히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꽤나 많이 들렀는데,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여행으로 온 사람들도 꽤나 보였다.

도착해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보니 나라역에서 남은 돈을 모두 썼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지갑에는 체크카드 한 장 달랑 있었는데, 대부분의 일본 은행에서는 외국 카드로 인출을 할 수 없었기에 난감했다. 패밀리마트나 로손에 비치된 ATM을 이용해보기도 했지만, 호환되는 카드가 아니라며 뱉어버리기 일쑤였다. 한참을 헤매다가 해외 체크카드를 지원하는 세븐일레븐 ATM을 이용해서 현금을 보충했다.

돔 형식으로 이어져 있는 상점가를 나와보니 유명한 글리코 간판을 발견했다. 아직 완전히 해가 진 시간은 아니라 그런지 불이 켜져 있지는 않았는데, 이후 다시 왔을 때는 환하게 불이 켜진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을 내서 메인 상점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신사이바시 애플 스토어에 들렀다. 일본 애플 스토어를 가 보는 것은 2011년 도쿄 방문 때 긴자 애플 스토어를 처음 가 본 이후로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친절한 직원들에 비치된 제품을 아무리 시연해도 눈치 하나 주지 않고, 주기적으로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 사용 방법에 대한 강연도 열기 때문에 단순한 소매점같지 않았다. 아이폰 5가 최근에 나왔던 터라 신제품을 구경하기 위한 인파도 꽤 있었다.

하나마루켄

저녁은 도톤보리 근처에 있는, 미리 찾아둔 라멘집인 하나마루켄으로 가기로 했다.

가게에서 파는 라멘 중 비싼 축에 속했던 900엔짜리 라멘을 고르고 교자까지 시켰는데, 라멘 위에 올라간 차슈의 크기도 엄청났고 면도 많아서 다 먹는데 꽤나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먹고 나올 때 간단하게 오미쿠지를 뽑을 수 있었는데, 아까 신사에서 뽑았던 오미쿠지와 같은 길이 나왔다!

이후 여러 가지 물건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돈키호테’에 들렸다가, 숙소로 향했다.

신세카이, 바 노코사레지마

숙소에 들러 짐을 정리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신세카이로 향했다. 구시가지 느낌이 물씬 나는 유흥가였는데, 여기에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닌 airbnb 숙소 주인장이 운영하는 바인 바 노코사레지마에 오기 위해서였다.

Bar Nocosarejima

우리가 묵고 있는 airbnb 숙소 페이지에서도 주인장이 바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인상적이어서 마지막 날에 일정을 잡아 오게 되었다. 이전에 바를 제대로 온 적은 없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뭔가 다른 곳과 다르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여러 화초들이 자라고 있고, 곳곳에 미국이 오키나와에 주둔시키려고 시도하던 오스프레이 수송기에 반대하는 사인들이 걸려 있었다.

음료를 마시려고 해도 이때는 아직 나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콜라나 차 같은 음료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슬슬 일어나려할 쯤 airbnb 호스트인 Noco상이 바 안으로 들어와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airbnb가 홍보를 많이 한다고 쳐도, 일본의 경우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분위기었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호스트를 하게 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바가 굉장히 아늑하다는 이야기를 해 주니 매우 좋아해주셨다.

숙소로 돌아오니 내일이 벌써 귀국일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비교적 짧은 여정이라 가지 못한 곳들도 꽤 있었고, 무엇보다 힘든 일이 많이 겹쳤던 시기라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싫었다. 내일 비행기가 정오라서 다른 일정을 잡긴 힘들었으니, 사실상 마지막 날인 셈.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지쳐서 일찍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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